한국형 SF 소설가로 자리 잡은 조예은 작가의 단편 소설집, <칵테일, 러브, 좀비>를 소개하려 합니다. 이 책은 네 편의 단편이 담긴 소설집으로, 각각의 이야기가 묘하게 기괴하고 섬뜩한 동시에 따뜻함이 스며 있는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네 편의 이야기 모두 독자들이 쉽게 손을 뗄 수 없게 하는 흡입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조예은 작가 특유의 기괴함과 따스함이 공존하는 세계에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각 소설의 줄거리는 직접 읽어보며 즐기는 것이 좋습니다.. 이 소설집은 어둡지만 놓치기 아까운 매력을 지닌 작품이니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초대>에서는 주인공 채원이 어린 시절부터 목에 가시가 박힌 듯한 이물감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채원은 대학교에 다니면서 남자친구의 꾸미라는 압박과 가스라이팅 속에 점점 숨 막혀하고 있죠. 어느 날 공방에서 만난 흐릿한 인상의 여자 태주는 채원에게 알 수 없는 '초대'를 보내고, 채원은 어두운 리조트에서 살인에 동참하게 됩니다. 사건이 끝난 후 목의 가시가 빠진 것을 느끼며 그녀는 자유를 되찾습니다. 이 이야기는 가스라이팅의 억압에서 벗어나려는 채원의 심리가 섬뜩하게 그려집니다.
<습지의 사랑>은 물에 갇힌 귀신 '물'과 재개발 위기에 놓인 숲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물은 숲을 발견하고 그를 만나며 새롭게 기대하는 삶을 느낍니다. 재개발로 인해 위기에 처한 숲과 홍수로 범람하는 물은 산사태가 덮치면서 결국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갑니다. 이 이야기 속 숲과 물의 관계는 허무하면서도 애틋한 감정선을 그려냅니다.
<칵테일, 러브, 좀비>는 주인공의 아버지가 어느 날 좀비가 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가족을 해치려는 아빠를 막기 위해 엄마와 주연은 마지막 선택을 하며, 끝내 아빠의 시체에서 기생충이 있는 뱀이 나옵니다. 가족의 비극을 뒤로하고 뱀을 제물로 제사를 지내며 좀비 바이러스가 멈추기를 기원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좀비물에 그치지 않고 가족의 애증, 인간성의 파괴를 흥미롭게 다룹니다.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는 과거에 얽힌 악몽과 복수의 대상이 된 아빠를 죽여야 하는 이야기로, 강렬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이 단편은 속도감 있는 전개와 함께 독자의 마음을 울리는 긴장감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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